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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story

배수의 진을 치다 (군대를 사지(死地)에 배치하여 승리한 한신)

by ⊂∵⊃⊆∵⊇∈∵∋ 2022. 5. 16.

배수지진은 물을 등지고 진지를 친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적을 맞아 싸우기 전 어디에 진지를 세울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적을 상대하기 수월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해야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물을 등지고 진을 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투에서 졌을 때 후퇴할 수 있는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적에게 밀리면 등 뒤에 펼쳐진 물에 빠져 죽는 길 밖에 없다. 그래서 병법에서는 배수의 진을 치기보다는 물을 바라보며 산을 등지고 진을 치기를 권한다. 하지만 배수지진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경우가 있다.

한자 뜻
배수지진 한자풀이

배수지진의 유래

한나라 고조 유방 아래 명장 한신이 있었다.

한신은 뛰어난 지모와 용병술로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전쟁에서 많은 공적을 올렸다.

 

기원전 204년, 한신은 유방의 명에 따라 조(趙) 나라로 쳐들어갔다. 위나라를 멸하고 기세 등등한 한신이 공격해 들어온다는 소식에 조나라 혈왕은 다급했다. 혈왕은 적이 들어오는 정경현이란 좁은 길목에 성안 군과 함께 20만 대군을 집결시키고 성채를 구축하여 방어했다. 이에 앞서 조나라의 군략가 이좌거는 재상 진여에게 권했다.

“제가 적이 좁은 길목을 지나갈 때 후방에 남은 군량 수송부대를 끊을 테니, 앞에서는 진영을 굳게 지켜 적이 나아가 싸울 수도, 후퇴할 수도 없게 하면 그들을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안 군은 이좌거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첩자를 통해 이좌거의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한신은 조용히 기뻐했다.

한신은 일단 조나라 군대가 집결한 어귀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기병 2천을 선발해 명을 내렸다.

"기병 2천은 밤을 틈타 조용히 조나라 성채 뒷산에 매복하도록 하라. 본대(本隊)는 내일 싸움에서 거짓으로 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군은 패주 하는 아군을 추적하기 위해 성채를 비울 것이다. 그때 제군들은 재빠르게 비어있는 성채를 점령하고 한나라 깃발을 세우도록 하라.”

그리고 다시 1만여 군사에게 명을 내렸다.

"그대들은 협도 출구 쪽으로 가서 강을 등지고 진을 치도록 하라."

그렇게 군에 명을 내린 다음 자신은 본대를 이끌고 적의 성채를 향해 나아갔다.

 

 

이윽고 날이 밝았다. 한나라 군사가 북을 울리며 진격해 오자 조나라 군사는 성채에서 나와 응전했다. 두 세 차례 접전 끝에 한나라 군사는 힘에 부친 듯 거짓으로 퇴각하여 강가까지 다 달았다. 거짓 패주 인지도 모르고 승세(勝勢)를 탄 조나라 군사는 한나라 군사를 맹렬히 추격했다. 조나라가 성채를 비우고 추격에 나선 사이 매복해 있던 한나라 2천 기병은 적의 성채를 점령하고 한나라 깃발을 세웠다. 쉽게 적 성채를 얻은 셈이다.

 

한편 강을 등지고 진을 친 한나라 군사는 추격해 온 조나라 군에게 죽기 살기로 맞섰다. 전투에 이기지 못하면 후퇴할 수도 없어 꼼짝없이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을 등진 한나라 군대가 죽음을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조나라 군대는 물러났다. 그러나 성채로 돌아온 조나라 군대는 놀랐다. 이미 성에는 한나라 깃발이 나부끼고 있지 않는가!

 

결국 한신의 계책으로 전쟁은 한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부하 장수가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며 싸우라 하였는데 장군은 어찌하여 강을 등지고도 승리할 수 있었습니까?”

한신은 웃으며 답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군대는 이번에 급히 편성한 오합지졸이 아닌가? 이런 군대는 사지(死地)에 두어야만 필사적으로 싸우는 법이다. 옛말에 사지에 빠져 궁지에 놓인 후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신이 배수지진을 이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야기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사람에게 죽음은 그 무엇보다 두려운 존재이다. 이 죽음을 각오한 이는 그 무엇보다 강하다.

명장 한신은 사람이 가진 이런 심리를 꿰뚫어 보고 군대를 사지(死地)에 배치하여 전투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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