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일찍 슬픔을 발견한 다섯 살 꼬마 제제의 아름답고도 가슴 저미는 이야기.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책 뒷면에 적혀 있는 글귀다. 읽을수록 마음속에 쓸쓸함이 남는다. 어린 시절의 티 없이 맑은 마음. 동심. 세월을 지내면서 우리는 동심을 잃어간다. 우리는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다. 돈 걱정, 먹고살 걱정, 사회적인 책임에서 오는 중압감 등. 이런 걱정들은 우리의 동심을 조금씩 앗아간다. 동심은 사라지고 책임만이 늘어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은 고단하고 씁쓸하다. 동심을 잃는다는 말은 철이 든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지만 가슴이 저미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줄거리와 요약
다섯 살 제제는 여행을 가지 않고 집 앞마당에만 있어도 그저 행복하다. 집 앞마당은 동물원이 되고 서부 총잡이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사소한 나무는 제제의 상상 속에서 이름을 얻고 친구가 된다. 소소한 것들이 제제에게는 커다란 행복이다. 제제가 이름 붙여준 밍기뉴 (기분 좋을 때는 슈르르카로 부른다)는 마당에 있는 작은 라임오렌지나무다. 밍기뉴는 제제와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제제의 상상이지만 밍기뉴는 제제가 마음을 털어놓는 좋은 친구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시내에 나가서 있었던 일을 함께 나눈다. 장난을 쳤다가 심하게 혼났을 때나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도 함께 이야기 나눈다. 다섯 살 제제에게 있어서 밍기뉴는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다.
책의 주인공 제제는 어떤 아이일까? 제제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못생겨서 인기 없는 학교 선생님께 꽃을 드리고, 형을 대신해서 싸워 주기도 하고, 거리의 악사를 도와 악보를 팔아주기도 한다. 동생 루이스를 왕처럼 대하며 돌봐주는 착한 형이다. 그리고 제제는 상당히 영리하다. 글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글을 떼었다. 아버지는 실직을 하였고 누나들과 형, 동생까지 식솔이 많은 빈곤한 가정 형편 때문인지 제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숙하다. 그러나 제제는 장난이 매우 심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악명이 높다. 심한 장난과 간혹 사용하는 욕설 때문에 제제는 호되게 매를 맞는 일이 빈번하다. 매를 심하게 맞는 일이 많은 제제는 생각한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이런 제제에게 인생의 친구가 생긴다. 자가용이 있는 포르투갈 신사이다. 이름은 마누엘. 하지만 제제의 요구로 '뽀르뚜가'라고 불리게 된다. 이 신사는 제제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된다. 뽀르뚜 가는 제제의 영특함, 귀여움, 마음 씀씀이를 좋아한다. 또 어려운 가정 형편 속 제제를 가엽게 여긴다. 그리고 다섯 살짜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어른들의 폭력 때문에 고통받는 제제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뽀르뚜가는 제제에게는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 이외에 진짜 친구이며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제에게 커다란 괴로움이 찾아온다. 뽀르뚜가가 기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일로 제제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열병을 앓는다. 이후 제제에게 변화가 생긴다. 라임오렌지나무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라임 오렌지나무는 제제에게 작별 인사로 흰 꽃을 선물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느낀 점과 감상
살아가면서 동심을 잃는다는 것은 철이 든다는 의미다. 철이 든다는 건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슬픈 경험, 마음 아픈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 철이 들수록 사소한 것들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복은 줄어든다. 슬픈 일을 겪지 않으려고, 마음 아픈 일을 겪지 않으려고 마음을 서서히 닫아간다. 마음은 점점 더 비좁아지고 행복이 들어올 공간마저 사라진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점점 더 많은 경험이 쌓인다. 그만큼 행복의 공간은 좁아진다. 그래서 철이 든다는 것은 씁쓸하다. 철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 아픈 경험을 많이 했다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뽀르뚜가를 잃은 슬픔으로 제제가 철이 들게 되고 라임오렌지나무와 이별하게 되면서 마무리된다. 철이 든다는 것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철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이 책에서는 어른들의 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장난이 심한 제제를 대하는 아버지, 형, 누나의 무자비한 폭력은 참으로 안타깝다. 다섯 살 아이에게는 가혹한 폭력은 아이의 자존감을 잃게 만든다. 사랑과 진심 어린 조언으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아이를 폭력으로 고치려고 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제제의 학교 선생님, 둘째 누나, 뽀르뚜가처럼 얼마든지 제제를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선도할 수 있음에도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안타깝다. 이러한 어른들의 폭력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이러한 상처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아물었더라도 흉터가 남는다. 폭력보다는 진심을 다해 아이를 어루만지는 태도만이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섯 살에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제제가 너무도 안타깝다. 하지만 이 안타까움이 제제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바로 나를 향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내 나이 마흔둘. 언제 느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동심을 일깨운다. 직장 생활, 결혼, 육아 등등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우리들.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이 하루하루 나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생활했던 어린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내 아이에게는 좀 더 늦게 이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고 싶고 지금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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